주식 국내 투자자 분석 6편 | 장기·정석 투자자 이채원

투자자 분석 6편입니다. 이번에는 국내 증시에서 보수적, 원칙적, 장기 투자자 이채원 씨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의 투자 방식을 단순히 보수,원칙만으로 충분히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의 투자 철학은 단순히 “싸게 사서 오래 들고 간다”는 차원이 아니라, 한국 시장에서 개인과 기관 모두가 반복적으로 실패해 온 지점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이 글은 그를 미화하거나 신격화하려는 목적이 아닙니다. 그가 왜 특정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을 반복했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장기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투자 관점은 여러 방식의 투자 방식과 대비해서 볼 때 이해도가 더 높아집니다.
아래 글들은 모두 실제 단타/장기/정석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투자자 분석 시리즈로,
이번 글과 함께 비교해 읽으시면 투자 스타일의 차이를 구조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투자자 분석 시리즈]
주식 국내 투자자 분석 1편 | 단타 투자자 한봉호 (마하세븐)
주식 국내 투자자 분석 2편 | 단타 투자자 강창권 (밀레)
주식 국내 투자자 분석 3편 | 단타 투자자 김형준 (보컬)
주식 국내 투자자 분석 4편 | 단타 투자자 홍인기 (대왕개미)
주식 국내 투자자 분석 5편 | 장기·정석 투자자 강방천

이채원 장기 투자자와 같은 정석 투자자가 주식 거래소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이채원이 시장을 바라보는 출발점 : “예측하지 않기 위해 투자한다”

이채원씨가 여러 특강과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한 문장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시장을 맞히려 하지 않는다.”
이 문장은 겉보기에는 진부해 보이지만, 그의 투자 방식 전체를 관통하는 출발점입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미래를 예측하려고 합니다.
금리, 경기, 산업 사이클, 정책 변화까지 가능한 모든 변수를 앞당겨 해석하려 듭니다.
그는 이런 접근 자체를 리스크의 근원으로 봅니다.
항상 “예측이 많아질수록 판단이 흔들린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언급해 왔습니다.

그래서 그의 전략은 미래를 맞히는 것이 아니라,
미래가 크게 어긋나지 않아도 버틸 수 있는 기업만 남기는 방식으로 설계됩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그의 투자 철학은 공격적인 수익 추구 전략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거 전략에 가깝습니다.


‘가치’에 대한 정의 : 저평가가 아니라 ‘재현 가능한 이익’

이채원씨가 또한 강연에서 자주 지적하는 부분 중 하나는
“싸 보이는 기업과 싼 기업은 다르다”는 점입니다.
그는 단순한 저PER·저PBR 기업을 가치주로 분류하는 접근을 경계합니다.

특별히 강조하는 핵심은 이익의 재현 가능성입니다.
과거에 이익을 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익이 어떤 구조에서 발생했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는지입니다.

예를 들어, 일시적인 업황 호황으로 실적이 개선된 기업과
산업 구조상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은 전혀 다른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전자를 ‘우연에 가까운 성과’로 보고,
후자를 ‘기다릴 수 있는 대상’으로 봅니다.

이 지점에서 그의 투자 방식은 강방천과 또 한 번 갈라집니다.
강방천이 산업의 변화와 성장을 전제로 미래 가치를 확장해 나간다면,
그는 이미 검증된 구조가 유지되는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확장보다 유지, 성장보다 지속 가능성이 우선입니다.


이채원이 현금을 중시하는 이유 : 기회가 아니라 ‘판단 여유’

이채원의 운용 철학에서 자주 오해받는 부분이 바로 현금 비중입니다.
많은 투자자들은 현금을 “기회 손실”로 인식합니다.
하지만 그는 현금을 판단의 자유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봅니다.

그는 여러 자리에서
“모든 시점이 투자할 때는 아니다”라는 말을 반복해 왔습니다.
시장이 과열된 구간에서는
기업 분석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이 왜곡되는 환경이 형성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현금 비중을 유지한다는 것은
단순히 다음 기회를 기다린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잘못된 기회를 억지로 선택하지 않을 수 있는 권한을 유지하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그의 투자에서 현금은 수익을 내지 않는 자산이 아니라,
실수를 줄이기 위한 장치입니다.


리스크 관리의 본질 : 손실보다 ‘판단 붕괴’를 경계한다

이채원이 말하는 리스크는 주가 하락이 아닙니다.
그가 가장 경계하는 리스크는 투자자가 스스로 세운 기준을 깨는 순간입니다.
그래서 그의 리스크 관리는 종목 선택 이후가 아니라,
투자 이전 단계에서 대부분 끝납니다.

그는 명확한 배제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사업, 설명할 수 없는 수익 구조,
그리고 외부 변수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기업은
가격이 아무리 싸 보여도 제외합니다.

이런 방식은 투자 기회를 줄이는 대신,
판단을 단순화하고 실수를 줄이는 효과를 만듭니다.
특히 개인 투자자에게 이 접근은 매우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손실은 정보 부족이 아니라,
너무 많은 가설을 동시에 운용하다가 생기는 혼란에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개인 투자자가 현실적으로 배울 수 있는 것

이채원의 방식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운용 환경, 자금 규모, 정보 접근성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의 사고 구조에서 가져올 수 있는 부분은 분명합니다.

첫째, 투자하지 않는 선택을 전략으로 인정하는 태도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실패가 아니라,
다음 판단을 위한 준비 기간일 수 있습니다.

둘째, 판단 기준의 단순화입니다.
복잡한 예측보다 명확한 배제 기준을 먼저 세우는 접근은
개인 투자자의 판단 오류를 크게 줄여줍니다.

셋째, 시장 과열 구간에서 물러나는 용기입니다.
그의 가장 큰 강점은 수익률이 아니라,
과열된 환경에서도 자신의 위치를 지킬 수 있는 태도입니다.


강방천과의 차이를 통해 드러나는 방식

강방천과 이채원은 종종 같은 범주로 묶이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방향에서 같은 목적지를 바라보는 투자자에 가깝습니다.

강방천은 변화 속에서 기회를 찾고,
이채원은 변화가 줄어든 구간에서 안정성을 선택합니다.
전자는 성장의 파도를 타는 방식이고,
후자는 파도가 잦아든 구간만을 통과하는 방식입니다.

이 차이는 투자 성과의 곡선에도 그대로 반영됩니다.
강방천은 변동성을 감수하는 대신 상승 국면에서 두드러지고,
이채원은 눈에 띄지 않지만 하락 국면에서 상대적인 안정성을 보여줍니다.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투자자가 어떤 변동성을 감당할 수 있는가입니다.


결론과 정리

그 역시 다른 단타 투자자와 같이 화려한 투자자도 아니며, 특별히 수익 대회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의 투자 방식은 한국 시장에서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지를 보여줍니다.
이 글의 목적은 그를 따라 하라고 권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투자 방식이 어떤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데 있습니다.

모든 투자 판단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본 글은 정보 제공과 분석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이나 투자 전략의 매수를 권유하지 않습니다.